美 고용 충격·노동통계국장 해임 여파에 달러 약세 진정…연준 조기 인하 기대 증폭

달러화가 2일간의 급락 뒤 안정을 찾고 있다. 투자자들은 부진한 미국 고용지표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노동통계국 국장 전격 해임 소식을 소화하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조만간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를 더욱 키우고 있다.

2025년 8월 4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일(현지시간) 발표된 7월 미국 비농업부문 고용(Non-farm Payrolls) 증가는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동시에 5·6월 수치가 25만8,000명이나 하향 수정되면서 노동시장 둔화가 뚜렷해졌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노동통계 생산 책임자인 에리카 맥엔터퍼(Erika McEntarfer) 국장을 “고용지표를 조작했다”며 해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고용 데이터에 의구심을 제기해 왔고, 이날 조치로 정책·시장 불확실성이 증폭됐다.

“시장 반응은 전격적·결정적(decisive)이었다. 주식과 달러가 동시에 추락했고, 채권 수익률도 급락했다.” — 토니 사이커모어 IG 애널리스트

연준 내부에서도 변수가 생겼다. 아드리아나 쿨러 이사가 예기치 않게 사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예상보다 빨리 연준 이사회를 재편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연준이 “금리를 너무 늦게 내린다”고 공개 비판해 왔다.

환율·채권시장에서는 충격이 즉각 반영됐다. 2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엔은 147.60엔으로 전일 대비 0.14% 반등했으나, 불과 이틀 전 고점 대비 3엔 가까이 낮은 수준이다. 유로/달러는 1.1560달러(-0.2%), 파운드/달러는 1.3263달러(-0.1%)로 약보합세를 나타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DXY 지수는 98.86으로 0.2% 상승했지만, 금요일 1% 넘게 급락한 뒤의 소폭 반등에 불과하다.

이와 동시에 미국 2년 만기 국채금리는 3.6590%로 3개월래 최저치를, 10년물은 4.2060%로 1개월 저점을 각각 기록했다. 단기물 금리가 장기물보다 더 빠르게 떨어진 것은 시장이 “9월 FOMC에서의 금리인하 가능성(95% 이상)“에 베팅하고 있다는 신호다. 연말까지는 총 63bp(0.63%p) 인하가 반영됐다.

맥쿼리그룹 데이비드 도일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25bp 인하 시점을 11월에서 9월앞당긴다“며, “노동시장이 추가로 급격히 악화하지 않더라도 이번 보고서는 연준이 위험 균형(risk balance) 평가를 바꾸기에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원자재 통화 역시 달러 반등에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호주달러(AUD/USD)는 0.6465달러(-0.17%), 뉴질랜드달러(NZD/USD)는 0.5905달러(-0.24%)로 소폭 하락했다. 스위스프랑은 0.8041프랑/달러 부근에서 보합권을 유지했다.

특히 스위스는 1일 트럼프 행정부가 고율 관세를 부과한 국가 명단에 포함되면서 충격을 받았다. 스위스 산업협회들은 “수만 개 일자리가 위협받을 것”이라고 경고하며 유럽 전반의 무역 갈등 재점화를 우려하고 있다.


● 용어·배경 설명

비농업부문 고용(NFP)은 농업을 제외한 모든 산업의 고용 변화를 집계한 미국 주요 경기지표다. 월별로 발표되며, 증가 폭이 클수록 경제 활동이 활발하다는 의미다.

국채 수익률(채권금리)은 정부가 발행한 채권에 투자할 때 얻는 이자율을 뜻한다. 통상적으로 단기물 금리 급락은 통화정책 완화 기대를, 장기물 금리 하락은 경기 부진 우려를 반영한다.

DXY(달러 인덱스)는 유로·엔·파운드 등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지수화한 것이다. 하락은 달러 약세, 상승은 강세를 뜻한다.


● 기자 분석 & 전망

연준이 9월 회의에서 선제 인하에 나설 경우, 달러 약세 국면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원화 강세 압력이 완화돼 단기 가격 경쟁력이 향상될 수 있지만, 해외 자금 유출입 변동성 확대에도 유의해야 한다.

또한 미국 내부에서 통계 신뢰성 논란이 불거진 만큼, 향후 발표되는 지표의 시장 반응은 과거보다 더욱 극단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투자자라면 발표 과정과 정치적 변수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 달러 방향성은 연준의 실질 행보

달러 매도세가 과도하게 쏠릴 경우 단기 반발 매수(risk reversal)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포지션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