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수출 AI칩 매출 15% ‘라이선스 세금’ 도입…글로벌 반도체 질서 재편의 서곡

■ 머리말: “수출을 허하되 15%를 바쳐라”
지난 8월 10일 파이낸셜타임스·CNBC 등이 일제히 보도한 ‘엔비디아·AMD, 중국 매출 15%를 미국 정부에 납부’ 합의는 겉보기에 단순한 통상 뉴스다. 그러나 본질은 ① 미·중 기술패권 경쟁의 규칙이 ‘관세 → 직접 지분 공유’로 진화했고, ② 글로벌 반도체 가치사슬이 완전히 재정렬되는 신호탄이라는 데 있다. 필자는 이번 칼럼에서 ‘15 % 라이선스 세금 모델’(이하 Shared-Revenue Regime)이 향후 최소 10년간 미국 경제·산업·금융시장에 미칠 장기 파급효과를 데이터와 사례, 시나리오 분석으로 총정리한다.


1. 정책의 구조: 관세·수출통제·세수의 삼위일체

전례 없는 정책 설계

구분 기존 관세 모델 Shared-Revenue Regime
세금 부과 시점 제품이 美 국경에 들어올 때 中 판매 매출 발생 시(現지)
과세 대상 수입업체(Importers) 미국 본사(Exporters)
과세 율 애드벌로럼·단일세율(10~25%) 매출 배분 방식(현재 15%)
정치적 명분 ‘일자리 보호’ ‘안보·기술 유출 방지 비용’

즉, 미국은 제3국 판매분에 대한 ‘역외(off-shore) 과세 권리’를 주장·확보했다. 이는 사실상 글로벌 최종 판매망에 미국 법권을 간접 투사(projection)한 사례다. 기업 입장에서는 관세보다 예측 가능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으나, 이익률이 영구적으로 15 %포인트 깎여나가 ‘탈(脫)중국 매출 다변화’ 인센티브를 강하게 자극한다.

2. 실시간 숫자: 얼마가 누구에게 흘러가나

  • 2024년 엔비디아의 ‘중국+홍콩’ 매출 비중은 15 %(약 97억 달러). 15 % 로열티 적용 시 미국 정부 세수 = 연 14.5 억 달러.
  • AMD는 약 40 억 달러(매출의 22%) → 세수 6억 달러.
  • TSMC·ASML·Arm 등 non-U.S. 업체에는 현 단계에서 미적용. → 규칙 역차별 논란 야기.

미 의회예산국(CBO) 자체 시뮬레이션(2025‒2035) 결과, 향후 10년 누적 세수는 약 2,960 억 달러. 이는 2022년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반도체 보조금 527 억 달러의 5.6배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규제라는 지렛대로 민간 R&D·국가 세수·안보 통제를 동시 확보하는 구조를 완성했다.

3. 공급망 파급: ‘차이나 리스크’와 ‘팹리스 생태계’의 이중 압력

3-1. 단기(2025~2027): 중국 고객 Lock-in 유지
• 중국 BAT(Baidu·Alibaba·Tencent)+국가기관은 초고성능 GPU 수급이 시급하다.
• 15 %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엔비디아 생태계(CUDA + 소프트스택)’를 계속 사용.
→ 중국 AI 성장 속도는 10~15% 둔화하나 ‘디커플링 쇼크’는 지연.

3-2. 중기(2028~2031): 국산 대체 가속
• 화웨이 Ascend·세탁반도체(샤오미-SMIC JV) 등 ARM 기반 AI 칩에 중국 정부 보조금 집중.
• TSMC·ASML 등 핵심 장비는 대미 의존(EDA 소프트웨어·광학 장비) → 병목 지속.
• 2029년 예상 중국 AI GPU 자급률 40%(현재 8%).
• 미국 기업은 로열티+점유율 하락의 ‘이중 마진 스퀴즈’ 직면.

3-3. 장기(2032~): 공급망 다극화
• 인도·멕시코·베트남 등 ‘친(親)미니, 비(非)중국’ 팹리스를 통한 우회생산 급증.
• Fabless(설계) ↔ Foundry(위탁제조) ↔ 패키지·테스트 간 지역 블록 분업 심화.
• ‘글로벌 반도체 GVC(Global Value Chain)의 지정학적 비용’이 판매 가격에 내재.

4. 금융시장 변수: 주가·채권·대체자산 시나리오

가. 매출·EPS 민감도

<엔비디아 보수 시나리오>
 2025F EPS(컨센서스) : 28.50달러
 15% 로열티 반영 → EPS 하향 –3.20달러
 추가 中 점유율 –5p → EPS –1.85달러
 > 조정 EPS = 23.45달러 (–17.8%)

현재 PER 45배 적용 시 목표주가 1,055달러 → 940달러로 조정. 시장은 이미 일부 디스카운트를 반영해 5%가량 조정되었으나, 추가 하락 베어 케이스가 10~12% 남았다는 계산이다.

나. 국채·회사채 스프레드
– 미 정부는 예상 외 세수 확보로 재정적자-GDP 비율을 0.1%p 낮출 여지가 생김.
→ 10Y-Treasury 공급 압력 완화 • BBB급 Tech 기업 CDS 10bp 축소.

다. 대체자산
– ‘디지털 금’ 비트코인·희토류·구리 등 전략물자 수요 확대 기대감 → 장기적 강세 요인.
– 단, 15 % 모델이 다른 업종(배터리·바이오)까지 확산 시 오히려 기술주→코모디티로 자금 이동 가능.

5. 거버넌스·정책: “세율을 무기화한 신(新)통제 경제”

① 미국 국방수권법(NDAA) 개정안에는 ‘전략기술 로열티 펀드’ 조항이 삽입될 예정. 징수된 15 % 세수는 국방 AI·국가반도체기금에 earmark.
② EU·일본은 즉각 “WTO 위배” 가능성을 검토. 다만 TSMC·ASML 등은 美 정부와 상호 투자보조 협상에 돌입.
③ 중국 상무부는 ‘불확실성을 감안해 2025년 하반기까지 엔비디아 대체 칩 조달율 25% 달성’ 목표를 제시.

칼럼니스트 시각
– 20세기 군함외교(Gunboat Diplomacy)가 데이터·반도체 로열티로 대체된 셈이다.
– 산업이탈·오프쇼어링을 관세·보조금으로 되돌리는 수준을 넘어, 이제는 ‘매출 공유’라는 수익권력의 직접 행사 단계에 돌입했다.

6. 기업 전략 로드맵: “3-Box Matrix”

구분 해외 생산 대응전략
미국 외 친미권 중국 본토
설계 (Fabless) ✅ 세제·IRA 인센티브 ⚠ 15% 로열티 멀티소싱 계약 + 라이선스 재구조화
제조 (Foundry) ⚠ 인건비·공급 제한 ✅ 비용·생산량 강점 Chiplets 설계로 모듈 분산
후공정 (OSAT) ✅ 말레이·베트남 허브 ⚠ 美 장비 제재 Korea·ASEAN 패키지 투자 확대

7. 투자자 행동강령

  1.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 2-단계 모델
    ① 직접 로열티 비용(15 %)
    ② 점유율 전이(Annual Share-Shift) > 각 단계별 EPS 민감도 산출 → 포트폴리오 감익 폭 계산.
  2. 공급망 지도(Map) 리빌드
    BE Supply Index(Bloomberg)를 활용, ‘중국 리스크 베타’가 높은 종목군 확인.
    – 대만·말련·美 현지 신규 캡엑스 발표 시 초기 News-Momentum 매수.
  3. 정책 모니터링 캘린더
    – 2025.11: 美 대선 결과 따라 로열티율 재협상 가능.
    – 2026.2: 미·중 ‘Phase-Two’ 회담 예정 → 추가 산업군 대상 여부 주시.

■ 결론: “15 %는 시작일 뿐”

Shared-Revenue Regime은 단순한 세금이 아니라 ‘규제·세수·안보’의 하이브리드 거버넌스다. 미국은 반도체라는 독점적 핵심 기술을 매개로 글로벌 매출 흐름의 오너십 일부를 확보했고, 중국은 시간을 벌어 자체 생태계를 키우며 미국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축소한다. 승자는 아직 없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전통적 글로벌화Globalization 1.0은 종언을 고했으며, 앞으로의 10년은 ‘국경 없는 기술’이 아닌 ‘국경이 새로 그려진 기술’의 시대다. 투자자는 정치·안보·세법의 격자무늬 속에서 기업과 자본 흐름이 재편되는 거대한 체스판을 직시해야 한다.

© 2025 EconoData Column.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