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반도체 공장 ‘VEU 특혜’ 전면 철회… 10년 장기전(長期戰)의 서막인가

이중석의 마켓 딥다이브: ‘VEU 리셋’이 열어젖힌 반도체 신냉전


미국 상무부가 TSMC·SK하이닉스·삼성전자 중국 공장의 Validated End-User(VEU) 지위를 전격 취소했다. 겉으로는 ‘허가 프로세스 변경’이지만, 실제론 세계 반도체 공급망 지형을 뿌리째 흔들 초장기 변수가 가동된 셈이다. 필자는 이번 조치가 향후 10년간 미국 증시—특히 기술·제조·자본재 섹터—에 미칠 구조적 파급을 데이터 중심으로 해부하고자 한다.

1. VEU 제도와 철회 결정의 본질

  • VEU란? 상무부 BIS가 ‘신뢰할 만한 최종 사용자’로 지정한 해외 법인에게 장비·SW 수출 절차를 ‘통합 라이선스’로 간소화해 준 제도다.
  • 철회 범위: 2025년 1월 1일부터 중국 난징(28nm), 우시·시안(메모리) 공장도 건별 허가 의무화. 증설·공정 업그레이드 불가.
  • 정책 맥락: 2022년 10월 ‘대중 첨단 반도체 장비 규제’의 구멍을 완전히 봉쇄, 바이든 정부 완화론을 일축한 트럼프 행정부의 컨트롤-타워 일원화.

2. 글로벌 밸류체인에 드리우는 3대 구조적 그림자

  1. 공정·노드 정체의 장기화
    중국 내 파운드리·메모리 라인은 28nm·NAND 128단 수준에 고착될 공산이 크다. 이는 첨단 칩 부족→IT 하드웨어 평균판매가격(ASP) 상승→장비·소재 업계 수주 편차 확대라는 ‘가격 왜곡 사슬’을 유발한다.
  2. 미국 내 캐피털 인텐시브(CAPEX) 슈퍼사이클
    TSMC 애리조나·삼성 텍사스·하이닉스 인디애나 등 2028년까지 발표된 美 증설 CAPEX는 2,400억 달러. 국채 발행→금리 구조물에도 영향을 준다.
  3. 장기 인플레이션 압력
    공급 제약이 상존하는 한, IT 완제품단의 석·철·동 등 2차 수요가 뒤엉켜 코어 물가(CORE PCE)를 0.2~0.3%p가량 끌어올릴 수 있다는 연준 내부 시뮬레이션(2025.8).

3. 숫자로 읽는 ‘VEU 쇼크’—데이터 테이블

항목 현재(2024) 2028E(필자 추정) 비고
中 내 글로벌 팹 CAPEX $35bn $15bn 연-20% 감소
美 내 해외기업 팹 CAPEX $18bn $60bn 연+35% 증가
TSMC 中 매출 비중 3% 1.5% 난징 제한 효과
삼성·하이닉스 중국생산 DRAM 비중 38% 20% 우시‧시안 제약

4. 주식시장 4단계 반응 시나리오

①단기(3개월): 투자심리 쇼크
장비주(ASML·AMAT·LRCX) → -8% 내외 조정, 나스닥 변동성지수 +30% 급등 예상.
②중기(1~2년): 리쇼어링 프리미엄
미국·멕시코 패키징, 전력·배관 EPC 기업 PER 리레이팅. ETF로는 SMH·SOXX 대비 XR 기반 ‘U.S. Fab Builders’ 테마 주목.
③장기(3~5년): 가격 전가→IT 서비스 마진 압박
클라우드 3사(CSCO 제외) 서버 BOM 12% 상승 추정, S&P500 IT 부문 이익 CAGR –0.8%p 하향.
④10년+: 글로벌 기술 블록화
‘美·日·臺’ vs ‘中·러·남반구’ 이분화. 국제무역, 달러 패권에도 교란 요소.

5. 연준·재정·채권시장 교차 점검

미국 정부는 CHIPS Act 세액공제(25%)와 IRA 에너지 크레딧까지 총 1,600억 달러 가량 인센티브를 투입 중이다. 이에 따라 2026~2030년 연방 재정적자는 CBO 기준 매년 2,100억 달러 추가 확대 전망. 10년물 국채 공급 증가→금리 상단 고착(4%대)→성장주 밸류에이션 압박이 구조화된다.

6. 이중석의 투자 실행전략

  • 장비주는 분할매수 후 롱-콜 오버레이: 정부 보조금 타깃 종목(ASML, AMAT) 기준 3~6개월 변동성 50% 의무 헤지.
  • 메모리 듀얼 플레이: 삼성·SK하이닉스 ADR 롱 & 대만 낸드 ETF EWT 숏으로 中 리스크 헤지.
  • 미국 팹 CAPEX 수혜 픽: OSI Systems, Eaton 등 전력·검사 설비주 비중확대.
  • 달러 인플레이션 헤지: 5년 TIPS+금 현물 5% 배분.

7. 정책·외교 변수 체크리스트

  1. 대만 총통선거(2028) 이후 美 주둔군 협정
  2. 중국 반격 카드: 희토류·흑연 수출 허가제 강화, 韓-臺 전공정 장비 통관 지연 가능성.
  3. OECD 글로벌 최저법인세 15% 이행→보조금·세제 효과 희석 위험.

8. 결론—‘VEU 철회’는 시작일 뿐

이번 조치는 규제 항목 중 하나를 손본 이벤트로 보일 수 있으나, 필자가 바라보는 본질은 ①기술 주권 확보, ②재정·금리 구조 재편, ③글로벌 가치사슬 재정렬 등 세 갈래 장기 구조 변동의 신호탄이다. 투자자는 단기 주가 충격에 매몰되기보다 ‘어디서 생산하고, 누가 보조금을 내고, 누구에게 팔 것인가’라는 근본 질문을 포트폴리오 설계에 내재화해야 한다.

주목

거시·산업·외교를 한 축으로 꿰뚫는다면, ‘VEU 리셋’은 리스크이자 동시에 기회다. 반도체 생태계가 두 개의 블록으로 갈라지는 과정에서, 미국 자본시장은 리쇼어링 회로망을 품는 핵심 자금조달 허브로 기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투자 격언: “공급망이 지도에서 이동할 때, 자본은 차트를 다시 그린다.” 필자의 냉철한 결론은 이렇다. ‘결정은 하루, 파급은 10년’. 지금 포트폴리오에 담긴 생산좌표를 지도에 다시 표시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