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말: 한 달 남은 ‘8‧1 관세 시계’
2025년 8월 1일, 미국은 EU산 수입품에 기본 3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2018년 미·중 무역분쟁과 달리 이번 상대는 전통적 동맹인 EU다. 필자는 이 조치가 글로벌 공급망·자본 흐름·산업 지형을 어떻게 재편할지 10년 관점에서 분석한다.
1. 통계로 보는 미·EU 상호의존 구조
- 교역 규모: 2024년 기준 재화 8,600억 달러, 서비스 8,000억 달러—합계 1조 6,600억 달러로 세계 최대 쌍방향 무역축
- FDI 재원: 양측 직접투자 누적액 6조 달러, 美 기업 해외이익의 60%가 EU에서 발생
- 관세율: 양측 평균 MFN* 관세 3.4%(美) vs 4.2%(EU)로 G20 최저 수준
*MFN: Most-Favored-Nation Tariff, WTO 양허세율
따라서 30% 관세는 양자관계의 ‘3차 멀티플’ 충격이다. 단순 물가 상승을 넘어 자본·기술의 흐름까지 흔들 가능성이 높다.
2. 관세 충격의 네 가지 경로
2-1) 가격효과 → 인플레이션 프리미엄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30% 관세가 전면 적용될 경우 美 소비자물가 0.9%p, EU 소비자물가 0.6%p를 각각 추가로 끌어올린다. 연준과 ECB가 목표치(2%) 달성에 난항을 겪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2) 공급망 효과 → ‘데카플링(Decoupling)’ 가속
품목 | 美 대EU 수입 의존도 | 잠재 대체국 |
---|---|---|
자동차·부품 | 24% | 멕시코·한국 |
의약품·바이오 | 34% | 싱가포르·인도 |
기계류 | 19% | 베트남·태국 |
즉각 대체가 어려운 기술집약 품목은 생산지 환적(shipping via third country)이나 유럽 현지 생산→미국 내 완성과 같은 ‘우회 공급망’이 급증할 전망이다.
2-3) 투자효과 → EU의 대미 FDI 재조정
2024년 EU 기업 대미 CAPEX는 1,420억 달러. 트럼프행정부 1기(2017-20)엔 연평균 2% 감소했으나, 2기 관세전쟁이 현실화되면 2027년까지 누적 300억 달러가 EU 역내로 환류할 수 있다(맥쿼리 추정).
2-4) 통화효과 → 달러 강세·유로 약세
관세로 미국 물가가 상승해도 ECB가 더 매파적으로 움직이면 USD 지수 5% 상승, EUR-USD 0.93 달러까지 하락할 위험이 있다. 이는 유럽 수출기업에 단기 호재지만 수입물가를 재차 밀어올리는 ‘2차 효과’가 발생한다.
3. 산업별 중장기 파급
3-1) 자동차 > 독일 3巨社 수익성 2~3년 내 30% 감소
BMW·벤츠·폭스바겐 그룹의 미국 판매 비중은 15~18%. 25% 관세(현재)+추가 5%p를 그대로 소비자가로 전가하기 어렵다. 멕시코 CKD* 공장 증설이 불가피하며, 트럼프가 USMCA 재협상을 언급할 경우 리스크는 이중으로 확대된다.
*CKD: Complete-Knock-Down, 부품 단위 수출 후 현지 조립
3-2) 럭셔리·소비재 > 단기 충격 후 가격 지배력으로 복원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 레버리지율이 낮고 브랜드 파워가 강한 업체는 현지 가격 인상과 ‘Made in USA’ 캡슐 생산 라인으로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2026~27년 EBIT 마진은 최대 250bp까지 희석될 전망이다.
3-3) 기술·플랫폼 > 데이터 국지화·규제 상호주의 확산
관세가 디지털세·DSA* 협상과 전선이 맞물려 ‘규제 틈새’가 커질 수 있다. 구글·메타 등 미국 빅테크는 EU에서 매출 25% 이상을 올리므로, 상호 제재(Schrems III)는 클라우드·AI 투자 계획을 재조정하게 만든다.
*DSA: Digital Services Act
4. 자본시장 시나리오: 2025~2035
시나리오 A ‑ High Tariff 지속 (확률 40%)
- S&P500 2026E PER 16배→14배, 유럽 Stoxx 600 13배→11배
- 글로벌 교역 성장률(GTWI) 3.1%→1.8%
- 달러 강세·유로 0.9달러, 미10년물 4.1%
시나리오 B ‑ 제한적 합의 (확률 45%)
- 자동차·농산물 품목 단계적 감면, 평균 관세 12%
- 교역 성장률 2.4%, 주식 PER 0.5~1배 회복
- 미·EU 공동 반중 전기차 규제 협력 강화
시나리오 C ‑ 완전 봉합 (확률 15%)
- 영·미 모델(10% 관세선) 채택, 2027년까지 전면 철회 로드맵
- PER·투자 흐름 모두 정상화, 달러 약세 반전
5. 투자·정책 제언 | 이중석의 5대 체크리스트
- 공격적 보호주의는 ‘장기 재정 부담’—관세 수입보다 보복 관세로 인한 소비자 후생 손실이 크다. 미 CBO는 30% 관세 유지 시 10년 누적 물가조정 GDP 0.6% 감소를 추정.
- 친환경·디지털 전환 보조금을 관세 상쇄 수단으로 쓰면 WTO 틀 갈등이 확대된다. ‘탄소국경조정제’와 중첩될 경우 상호 규제전쟁 리스크.
- 대체 공급망 ETF·앵커 펀드 주목—멕시코·캐나다·베트남 인프라, 로봇 물류 자동화, 원자력·재생에너지 모듈 기업이 구조적 수혜.
- 달러 강세 국면에서 미국 TIPS·퀄리티 성장주·현금성 ETF 비중 확대, 유로화 자산은 헷지 비중 50% 이상 유지.
- 정부는 관세 충격을 재정정책으로 상쇄하기보다 세제 혜택+R&D 크레딧으로 기업의 생산지 이동 비용을 줄여야 함.
■ 맺음말: ‘딜레마의 10년’
트럼프 행정부의 30% 관세 시도는 단순한 협상 지렛대가 아니라 세계화 1.0의 종언을 알리는 상징이다. 미국 기업은 세제 혜택을 받아 리쇼어링을 확대하지만, 소비자 물가는 높은 수준에서 고착될 공산이 크다. EU 역시 감속 성장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궁극적으로 공급망 재배치·산업정책·통화정책·기후정책이 서로 충돌하는 ‘정책 간 트릴레마’가 본격화된다. 투자자는 2030년대 초까지 이어질 이 불확실성 시대에 대비해 다중 시나리오·다중 포트폴리오 접근법을 채택해야 한다. 필자는 “관세 전쟁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규칙 게임의 서막”이라 강조하며, 데이터 기반 리밸런싱과 정책 모니터링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주문한다.
경제칼럼니스트·데이터분석가 이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