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론 : 2025년 7월 27일 타결된 ‘15% 일괄 관세’의 역사적 좌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2025년 7월 27일(현지시간) ▲EU산 대부분의 상품에 15% 관세 ▲미국산 에너지 7,500억 달러 구매 ▲EU의 對美 투자 6,000억 달러 확대에 합의했다. 전자는 보호무역 강화, 후자는 무역균형 복원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상호 모순적 요소를 내포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괄 관세(so-called straight-across tariff) 전략은 관세 관여 범위를 자동차·철강·알루미늄에서 생활용품·제약·의료기기로 확장했고, EU는 보복 대신 에너지·투자 카드로 타협했다. 본 칼럼은 해당 합의가 미국 인플레이션·연준 통화전략·기업 실적에 미칠 장기적 영향을 ①물가 경로, ②금리 경로, ③실적·밸류에이션 경로, ④공급망 재편이라는 네 축에서 분석한다.
Ⅰ. 관세발(發) 인플레이션의 구조적 귀환
1) CPI·PCE 모델링 결과
연준이 선호하는 코어 PCE에 15% 관세가 주입될 경우, 2025년 4분기~2027년 1분기까지 누적 65~90bp(0.65~0.90%p)의 상방 압력이 발생한다는 시뮬레이션이 다수 IB에서 제시됐다. 관세 전가율(pass-through)은 상품별 35~70%로 추정되며, food-at-home 분야가 가장 높다.
구분 | 전가율(%) | 1년 후 CPI 기여도(bp) |
---|---|---|
자동차·부품 | 55 | +18 |
생활용품 | 65 | +22 |
제약·의료기기 | 40 | +10 |
평균 | 53 | +17 |
다만 서비스 물가 비중이 높은 PCE 특성상, 총지수에는 0.2~0.3%p 압력으로 희석된다. 그럼에도 연준 목표치(2%)를 넘어선 2.6~2.8%대 물가가 ‘긴 꼬리’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2) 공급망 재귀 효과
관세는 수입품뿐 아니라 국산 대체재 가격도 끌어올려 2차 파급을 야기한다. UBS는 국산 자재 가격은 1년 내 5%↑, 2년 내 8%↑로 추정했다. 건축·가전·생활용품 등 중간재를 많이 사용하는 업종일수록 ‘쉐도우 인플레(Shadow Inflation)’가 장기화될 여지가 크다.
Ⅱ. 연준 통화정책 : “장기간 고금리” vs “정책 피벗”
1) 5대 인하 경로 재점검
- ① 서비스 고용 급감 → 실업률 5% 돌파(모건스탠리 시나리오)
- ② 예상 밖의 이민 순유입 축소 → 노동시장 타이트화
- ③ 서비스 물가 디스인플레이션 → 관세 상쇄
- ④ 관세 전가율 저하 → 소비자 물가 둔화
- ⑤ 관세비용 흡수 → 기업 이익 훼손·주가 하락 → 금융여건 악화
현재 합의 직후 시장은 ③·④를 약화시키고 ⑤를 강화해 해석한다. Fed 워치에 반영된 9월 인하 확률은 63%→48%로 낮아졌다.
2) 중립금리 상향 논쟁
코어 PCE 경로가 2.6% 이상이면 r★(중립금리) 추정치도 25~30bp 상향 압력을 받게 된다. 이는 연준 대차대조표 축소(QT) 속도와 맞물려 장기금리 스티프닝을 야기, 국채금리 10년물이 구조적으로 4.5%대에 안착할 가능성이 있다.
Ⅲ. 기업 실적·밸류에이션 경로 : 관세, 마진, 주가
1) S&P500 EPS 모형
골드만삭스 기준 2026E EPS 276달러가 관세로 3% 하향(−8달러)될 전망. 섹터별 민감도는 필수소비재(−8.4%) > 자본재(−5.1%) > IT 하드웨어(−4.3%) > 헬스케어(−3.8%). 반면 에너지·국방은 +1~+2% 상향 요인.
2) 리딩·래깅 섹터
- 유틸리티·방산·에너지 : 국내 CAPEX, 인플레 패스스루 가능 → 장기 강세 후보
- 생활용품·제약 : 관세·가격규제·조제 시장 확대 3중 압박 → 마진 축소 리스크
- 가전·주택 건자재 : UBS 모델에서 주택당 비용 +6,800달러(목재·구리 관세 포함). 월풀·로우스 등은 EPS 가이던스 하향 본격화
Ⅳ. 공급망 재편 및 해외직접투자(FDI) 흐름
1) ‘디커플링’에서 ‘프랜들리 쇼어링’으로
EU 기업은 멕시코·캐나다 등 USMCA 권역으로 우회 생산을 검토 중이고, 영국은 관세 10% 구간에 머물며 ‘의외의 최대 수혜국’으로 부상했다.
2) 국내(미국) 제조업 르네상스?
텍사스·테네시·사우스캐롤라이나에 신규 자동차·배터리 공장이 발표됐다. 하지만 전력망·인력·환경규제 병목이 장기적으로 CAPEX 집행 속도를 제한할 전망.
3) 직접투자·M&A 자본 흐름
사모펀드·인프라 펀드는 관세불확실성을 기회로 여기고 △물류창고 △내수소비재 △지역 제조업체에 대한 피인수 자산을 탐색 중이다.
Ⅴ. 향후 시나리오별 투자 전략
시나리오 | 물가·금리 | 주가·밸류에이션 | 추천 ETF·섹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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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관세 유지·Fed 동결 장기화 | 코어PCE 2.6%↑, 10y 4.7% | P/E 18배→17배 조정 | XLE(에너지), XLI(산업), SPLV(저변동성) |
2) 관세 상향(20%+)·Fed 매파 | 코어PCE 3%↑, 10y 5.1% | P/E 16배, 리세션 리스크 40% | XLU(유틸), ITA(방산), TIPs |
3) 관세 완화·Fed 인하 전환 | 코어PCE 2.3%↓, 10y 4.0% | P/E 19배 복원, 성장주 재랠리 | QQQ, XLY, ARKK(고변동 혁신) |
Ⅵ. 결론 : 15% 관세는 “짧은 불씨가 아닌 장기 불꽃”
미·EU 합의는 일회성 무역협상이 아니다. ① 인플레이션 귀환, ② 장기간 고금리·높은 r★, ③ EPS 멀티플 리레이팅, ④ 공급망 지각변동을 통해 미국 증시와 경제 구조를 5년 이상 재정의할 수 있다. 단기적 관망보다는 섹터 간 로테이션 전략, 인플레 해지(헤지) 자산, 장기 FCF 기반 종목 선별이 요구된다. 연준·의회·백악관이 관세-발 물가를 어떻게 조율할지에 따라 ‘재관세 시대’의 승패가 갈릴 것이다. 결론적으로, 투자자는 균열 대신 신(新) 균형을 읽어야 생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