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무역 합의, 평균 관세 17%로 급등…EU 성장률 0.5%p 하락 전망 – 캐피털이코노믹스

[워싱턴·브뤼셀 발(發)] 미국과 유럽연합(EU)이 15% 일괄 관세를 골자로 하는 사상 최초의 대규모 무역 합의에 도달함에 따라, 양측이 예고했던 전면적 관세 전쟁은 일단 피한 모습이다.

2025년 7월 2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영국 경제연구소 캐피털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는 이번 합의가 가져올 여파를 분석하며, 미국산 수입품에 부과되는 EU 평균 관세율이 2024년 1.2%에서 향후 약 17%까지 치솟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연구진을 이끄는 잭 앨런-레이놀즈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관세 인상은 EU 경제성장률을 약 0.5%p 낮추는 효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합의 핵심 내용

이번 합의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첫째, EU산 상품이 미국에 들어올 때는 일률적으로 15% 관세가 적용된다. 반대로 미국산 상품이 EU에 들어올 때 적용되는 관세율은 평균 17%까지 확대된다.

둘째, 관세 면제 품목은 제한적이다. 철강·알루미늄에는 여전히 50%의 초고율 관세가 유지된다. 반면 반도체·의약품 등 전략 품목은 15% 관세가 일괄 적용돼 일부 완충 역할을 한다.

“그들은 자국 시장을 제로(0) 관세로 개방하기로 합의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EU가 향후 5년간 미국산 에너지 7,500억 달러어치를 구매하고, 미국 내 6,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고 밝혔다. 또한 “EU가 방대한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구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5% 관세는 양측 교역을 재균형(Rebalance)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번 합의가 미국의 3조 3,000억 달러 수입 규모 가운데 EU산 6,000억 달러어치를 포함하는 교역 구조를 “보다 공정하게 조정하는 장치”라고 평가했다.

시장 반응과 경제적 파급

합의 소식이 전해진 직후 유럽 주가지수는 4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고, 미국 증시 선물 역시 상승세를 보였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당장 대규모 보복 관세가 철회됨으로써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됐다”면서도, “세부 이행안이 확정되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 후에도 입장을 번복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s)’란?

상호관세는 상대국이 미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세율과 동일한 수준을 미국도 적용하겠다는 개념이다. 이번 합의가 무산됐다면 2025년 8월 1일부터 EU는 30% 관세 폭탄을 맞을 예정이었다. 이는 통상정책 수단으로서 상대를 압박해 협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미국 의회와 글로벌 기업의 반발을 불러왔던 쟁점 사항이다.

전문가 시각

무역 전문 변호사 애나 슈미트는 “단기적으로 금융시장은 안도하겠지만, 관세율 자체가 높아진 만큼 수입단가와 소비자물가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 출신 경제학자 루이스 가르시아도 “EU 성장이 0.5%p 둔화되면 유로존 실업률이 0.2%p가량 상승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향후 변수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을 마쳤지만, 세부 조항은 90일 내 재협상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에 따라 EU 의회와 회원국 27개국의 비준 절차가 지연될 경우, 합의가 자동으로 무효화될 위험성도 남아 있다.

결국 이번 합의는 충돌을 잠시 늦춘 ‘휴전’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보고서를 통해 “하반기 유럽 제조업과 교역 조건 악화를 피하려면, 양측이 기술·농산물·디지털세 등 잔여 쟁점에서 추가 양보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