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석의 미국 주식·경제 심층 칼럼
1. 왜 다시 ‘관세’인가 – 2025년 여름, 시장이 숨 죽인 이유
2025년 8월 1일 자정(미국 동부시간)을 기점으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준비한 ‘관세 폭탄’이 현실화될 수도 있는 운명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2024년 11월 대선 승리 직후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국가에 공정한 무역을 요구하겠다”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그리고 2025년 4월 2일, 그는 중국·EU·브라질 등 150개국에 최대 125%의 포괄관세를 예고했다. 이후 5월 스위스 제네바, 7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세 차례 휴전 협상이 진행됐지만, ‘90일 한시 동결’ 이상의 구체적 타결은 아직 없다.
시장 공포의 본질은 단순히 ‘추가 비용’이 아니다. 2018~2019년 1차 무역전쟁 때와 달리, 이번 관세는 글로벌 공급망이 고도화된 상태에서 단번에 전면발효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반도체·배터리·의약품·희토류 등 전략 물자가 양국 간 교차 의존 구조를 갖는 상황에서, 한쪽이 관세를 올리면 단가 인상 → 인플레이션 → 금리·통화정책 경로 왜곡이라는 장기 충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2. 숫자로 보는 ‘관세 시나리오’
구분 | 트럼프 제안(4/2) | 휴전(5~7월) | 발효 시 예상 GDP 충격(미) | 발효 시 예상 CPI 충격(미) |
---|---|---|---|---|
중국산 전자·기계 | 34%→최대125% | 90일 0% | -0.9%p | +0.7%p |
EU산 자동차 | 25% | 90일 0% | -0.3%p | +0.2%p |
브라질산 원자재 | 50% 일괄 | 90일 0% | -0.2%p | +0.1%p |
전 품목 평균 | 가중평균 18.7% | – | -1.4%p | +1.1%p |
*CDS(Commodity Distribution Services) · LSEG · 연준 모델치 종합
3. 휴전 아닌 ‘종전’이 어려운 구조 – 세 겹의 고착화 요인
- 정치 캘린더 – 트럼프는 2026년 중간선거까지 ‘강경 무역’ 이미지를 유지해야 한다. 민주·공화 어느 당도 관세 철폐를 쉽게 외칠 수 없는 구조다.
- 대중(對中) 여론 – 피터슨연구소 설문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72%는 “중국산 상품 의존을 줄여야 한다”고 응답했다. 기업 로비보다 대중 정서가 입법자들을 움직이는 비중이 커졌다.
- 공급망 리쇼어링 가속 – 반도체·배터리·의약품 공장이 애리조나·오하이오·텍사스에 우후죽순으로 건설 중이다. 관세 연장을 통해 자국 생산을 보호하려는 유인이 커진다.
4. 시나리오별 장기 파급 – 2030년까지 마이크로·매크로 지형도
4-1. 시나리오 A – ‘90일+90일’ 휴전 롤오버
- 실질 GDP 경로: 2026년까지 연 2% 성장 유지, 이후 1.8%로 둔화.
- 연준 정책: FOMC는 2025년 말까지 1회 인하에 그칠 가능성. 물가 기대가 2.5% 상단 고착.
- 증시 스타일: 고배당·리쇼어링 테마 중소형 자본재주 강세. 빅테크는 인프라 캡엑스 부담 증가로 순현금 비중 큰 기업이 상대적 강세.
4-2. 시나리오 B – 50% 관세 전면 발효
- 실질 GDP: 2026~2027년 연속 0.5%p 추가 둔화 → 기술적 경기침체 리스크.
- CPI: 2026년 3.4%로 피크, 연준은 QT 중단 + 네 차례 ‘비상 유동성 창구’ 가동.
- 채권시장: 10년물 금리 5.2% 단기 돌파 후, 경기둔화 우려로 4% 초반 재진입.
- 섹터별 명암: 국방·사이버보안·농산물 ETF 급등, 소비재·중국 매출 의존 대형주 급락.
4-3. 시나리오 C – ‘관세 완전 철폐’ 극적 합의
가능성 15% 미만. 그러나 성사 시 시장은 즉각 “신(新)골디락스” 시나리오로 전환한다.
- 주식: S&P500 PER 23배→25배 재레이팅, 특히 글로벌 길게 노출된 반도체 장비주 재평가.
- 달러: DXY 3% 하락, 신흥국 통화·위안화 강세.
- 정책: 연준 2026년 상반기부터 순차적 인하, 연말 중립금리 3.0% 목표.
5. 스톡홀름 협상문 읽기 – 숨은 메시지 5가지
스톡홀름 회담 종료 후 배포된 7쪽짜리 공동성명에는 ‘Reciprocal Ease of Market Access’가 4차례, ‘Supply-chain Resilience’가 3차례 반복됐다. 이는 관세를 단순 인하하는 대신, 반도체·배터리 등 전략 품목은 쿼터제·공급망 다변화 조건을 넣겠다는 복선이다. 요컨대 휴전이 연장돼도 비관세 장벽은 계속 강화될 공산이 크다.
6. 섹터·자산별 장기 투자전략
6-1. 리쇼어링·디카플링 수혜주
- 반도체 장비: ASML·램리서치·KLA – 미국 정부 보조금 + 관세 회피 생산 확대.
- 공장 자동화: 로크웰오토메이션·에머슨.
- 건축자재·물류: 마틴머리에타·어드밴스드 드레인지 시스템.
6-2. ‘관세 보호벽’ 역풍기업, 그러나 기회 요인
애플·테슬라·스타벅스처럼 중국 매출 비중 15% 이상 종목은 단기 실적 악화 위험. 그러나 현지 JV 분리상장·파트너 매각을 통한 숨겨진 지분가치 부각 가능.
6-3. 자산배분
장기적으로 2025~2028년 잔존만기 3~7년 미국 국채는 인플레 리스크를 상쇄하기 어려운 구간. TIPS + 단기 IG 채권 비중 확대를 권고한다. 상품 측면에선 농산물·희토류·구리 장기 롱 포지션이 유효하다.
7. 리스크 매트릭스
리스크 카테고리 | 단기(1Y) 발생확률 | 파급 강도 | 설명 |
---|---|---|---|
美·中 보복 관세 확대 | 45% | 상 | 125% 관세+중국 반도체·EV 소부장 수출 제한 |
대만 해협 군사 긴장 | 20% | 상 | TSMC 공급 중단 시 반도체 체인 붕괴 |
달러 유동성 경색 | 30% | 중 | 관세발 인플레→긴축 장기화 |
정책 지원 지연 | 40% | 중 | 의회 대치로 보조금·인프라 예산 삭감 |
8. 결론 – ‘휴전’ 후 10년, 관세의 그림자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시장 참여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0 또는 1’로 보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관세는 협상 레버리지→부분 완화→비관세 장벽 강화→국내 보조금 대체 순으로 진화해 왔다. 즉, 8월 1일 관세 휴전이 연장된다 해도 탈세계화(de-globalization)의 대세는 꺾이지 않는다.
투자자는 ① 리쇼어링 “CAPEX 슈퍼사이클”, ② 공급망 재편에 따른 쌍방향 물가·금리 변동성, ③ 정치·지정학 리스크 프라이싱의 세 변수를 10년 관점으로 재조정해야 한다. AI·클라우드·사이버보안과 재생에너지·인프라는 관세 장벽 안쪽에서 아웃퍼폼할 구조적 장거리주다. 반대로, 저마진·가격탄력도 높은 소비재·의류·레저 업종은 인플레 스파이크 국면마다 알파(초과수익)를 반납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관세 이슈는 “사라지는 리스크”가 아닌 “포맷이 바뀌는 상수”다. 8월 1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펜을 집어 들든, 글로벌 자본시장 참여자는 이미 다음 장(章)을 준비해야 한다.
작성자 | 이중석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