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기차 왕좌 BYD, 7월 첫 월간 판매 감소…격화되는 가격 전쟁이 판도 흔든다

중국 최대 전기차(EV) 제조사 BYD(比亞迪)가 7월에 올해 들어 처음으로 월간 판매 감소를 기록했다. 치열해지는 가격 전쟁 속에서 리오토(Li Auto)·니오(Nio) 등 다른 주요 업체들도 동반 하락세를 보인 반면, 샤오미(Xiaomi)·샤오펑(Xpeng)·아이트(Aito)·리프모터(Leapmotor)는 나란히 성장세를 이어 가며 중국 EV 시장의 경쟁 구도가 재편되는 양상을 드러냈다.

2025년 8월 4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과열된 할인 경쟁을 공개적으로 경계하는 가운데, 완성차업계는 공격적인 가격 인하와 신차 출시를 통해 시장 점유율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BYD는 7월 한 달 동안 총 34만1,030대를 출하해 6월(37만7,628대)보다 9.7% 감소하며 올해 첫 월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다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0.07% 소폭 증가해 성장세가 완전히 꺾인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BYD는 지난 5월 보급형 순수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일부 모델의 가격을 최대 30% 인하해 가격 전쟁의 불씨를 지핀 바 있다.

리오토는 7월 3만731대를 인도해 6월(3만6,279대) 대비 15.3% 줄었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무려 39.7% 급감했다. 이는 중국 EV 메이커 가운데 가장 가파른 하락 폭이다. 리오토는 7월 31일 첫 순수 전기 SUV ‘Li i8’을 공개했으며, 8월 20일부터 고객 인도를 시작할 계획이다. 가격은 32만1,800~36만9,800위안(약 4만4,700~5만1,400달러)이다.

니오 역시 7월 2만1,017대를 출하해 6월(2만4,925대) 대비 15.6% 감소했고,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2.7% 줄었다. 니오는 7월 31일 출시한 6인승 SUV ‘L90’(배터리 포함 26만5,800위안, 배터리 구독 선택 시 17만9,800위안)을 8월 1일부터 인도하고 있다. *배터리 구독(Battery as a Service)은 초기 차량 가격을 낮추고 매월 배터리 사용료를 지불하는 방식이다.


가격 인하 속 성장세 이어간 “신흥 강자”

스마트폰으로 유명한 샤오미는 7월 전기차 3만 대 이상을 인도해 6월(2만5,000대)보다 20%가량 늘었다. 7월 초 출시한 SUV ‘YU7’이 판매를 견인했다.

샤오펑은 7월 3만6,717대를 인도하며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는 9개월 연속 월 3만 대 이상 판매를 유지한 성과다. 기업은 8월 6일 2세대 세단 ‘샤오펑 P7’를 중국 시장에 공개한다고 예고했다.

화웨이가 지원하는 Harmony Intelligent Mobility Alliance도 7월 4만7,752대를 판매하며 자체 신기록을 경신했다. 이 가운데 Aito의 ‘원제(問界) 시리즈’가 4만753대에 달해 동맹 판매량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리프모터는 유럽 완성차업체 스텔란티스(Stellantis)의 투자를 등에 업고 7월 5만129대를 판매해 월간 최대 실적을 올렸다.

반면 지리자동차가 소유한 지커(Zeekr)는 7월 1만6,977대를 출하해 6월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성장 정체’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政·産·消(정부·산업·소비자) 삼각 구도의 ‘피로 누적’

올해 들어 중국 EV 가격 전쟁시장점유율 확보→추가 할인→마진 악화의 악순환을 반복해 왔다. 당초 정부 보조금 축소로 인한 수요 냉각을 막기 위해 시작된 할인 경쟁은 ‘과열’ 단계를 거쳐 6월에는 중국 국무원까지 “무질서한 경쟁을 자제하라”는 공개 경고를 내놓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가격 인하 정책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들은 “신차 출시 일정이 몰린 하반기에 재고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도 업체들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컨설팅업체 캔터(Kantar)는 “2025년 중국 EV 판매량은 1,100만 대를 넘어설 전망이나, 브랜드 수익성은 ‘출혈 경쟁’과 정책 변수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망과 과제

BYD를 비롯한 상위권 제조사들은 여전히 강력한 공급망, 대규모 생산능력, 브랜드 인지도를 앞세워 글로벌 전기차 패권에 도전하고 있다. 그러나 내수 시장의 과포화가격 압박이 장기화될 경우, 중·소형 업체뿐 아니라 대형 업체의 실적 안정성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또한 배터리 기술 경쟁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을 둘러싼 연구·개발(R&D) 비용 증가가 수익 구조를 더욱 압박하고 있다. 예컨대 니오가 운영 중인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은 호평을 받고 있으나, 막대한 초기 투자비로 수익성 제고가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주요 업체들은 내수 경쟁과 해외 진출,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BYD·샤오펑·니오 등은 유럽, 중동, 남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며 탈중국 전략에 힘을 싣고 있다.

“가격 전쟁은 단기적으로 소비자 후생을 높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술 혁신과 산업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 관계자

소비자 관점에서 보면, 대규모 할인 정책과 신차 러시로 선택 폭이 더 넓어졌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AS(사후 서비스) 품질배터리 안전성 등 보이지 않는 요소를 꼼꼼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는 점도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중국 EV 시장이 단순한 ‘가격 싸움’을 넘어, 기술·브랜드·서비스 경쟁으로 진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향후 업계의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