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에 본사를 둔 자율주행 기술 기업 위라이드(WeRide)가 미국 나스닥 상장 이후 불과 1년 만에 홍콩 증권거래소(홍콩거래소, HKEX)에 세컨더리(2차)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2025년 10월 14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위라이드는 모건스탠리와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를 공동 주관사로 선정하고, 베이징과 홍콩 규제 당국의 승인을 동시에 받기 위해 비공개(pre-IPO)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움직임은 2024년 10월 나스닥 상장 당시 약 30억 달러(약 4조 1,200억 원)로 평가받은 기업 가치를 유지·확대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다만 공모 규모와 최종 일정 등 구체적 조건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거래에 정통한 세 명의 소식통은 “세컨더리 상장은 글로벌 투자자 기반 다변화와 자금 조달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전했다.
세컨더리 상장이란?
세컨더리 상장(Secondary Listing)은 이미 한 곳의 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한 기업이, 추가로 다른 국가 또는 지역의 거래소에 중복 상장하는 절차다. 이는 투자자 접근성 제고, 거래 유동성 확대, 환율·정책 리스크 분산 등의 효과가 있다.
특히 미·중 관계 악화로 인해 미국 증시에서 중국 기업의 강제 상장폐지 우려가 커지면서, 다수의 중국 테크기업들이 홍콩 또는 중국 본토 증시로 눈을 돌리는 추세다.
로이터는 “비공개 서류 제출(confidential filing) 방식은 검토 과정에서 기업 정보를 외부에 드러내지 않으면서 시장 상황을 유리하게 관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위라이드의 재무 및 사업 현황
2017년 설립된 위라이드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솔루션을 개발하며, 중국과 해외 도시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2025년 2분기 실적 기준 매출은 1억 2,720만 위안(1,780만 달러)으로 전년 대비 60.8% 증가했으며, 순손실은 4억 640만 위안에서 4억 136만 위안으로 다소 축소됐다.
그러나 같은 기간 주가는 연초 대비 약 24% 하락해 10월 13일(미 동부 기준) 종가 10.76달러를 기록했다. 상장 초기 기대감이 주춤한 가운데, 이번 홍콩행이 밸류에이션 회복의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
위라이드는 동남아 차량공유 1위 업체 Grab 및 세계 최대 차량공유 플랫폼 Uber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다. Grab은 2025년 8월 위라이드에 전략적 지분 투자를 단행하고, 2026년 싱가포르 퐁골(Punggol) 지역에 로보택시·자율주행 셔틀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또한 Uber 플랫폼에서도 위라이드의 자율주행차 호출이 가능하도록 시스템 통합을 추진 중이다.
Grab 관계자는 “상장 계획에 대해 언급할 위치는 아니지만, 동남아 현지 자율주행 서비스 상용화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Uber 측은 10월 14일 현재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전문가 시각과 전망
시장 전문가들은 “홍콩 증시의 테크기업 밸류에이션이 전반적으로 압축된 상황이지만, 자율주행 분야는 장기 성장 스토리가 명확해 투자자 관심이 꾸준하다”고 분석한다. 또한 “미·중 외교 갈등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중국 기업의 세컨더리 상장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위라이드가 홍콩-중국 간 교차거래 메커니즘(후강퉁·심천퉁)을 활용해 중국 본토 자금까지 흡수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고질적인 적자 구조와 규제 불확실성이 투자심리를 제약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 교통운수부는 아직 레벨4 이상 완전 자율주행 차량의 상업 운행을 전면 허용하지 않고 있으며, 각 지방정부의 시범 사업 허가제에 의존한다. 이에 따라 상장 이후에도 실질적 수익 모델 확보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환율 참고
이번 기사에서 언급된 환율은 2025년 10월 14일 기준 달러/홍콩달러 1:7.7771, 달러/위안 1:7.1363을 적용했다. 환율 변동에 따라 시가총액과 재무 수치는 변동될 수 있다.
※ 용어 해설
• Robotaxi(로보택시): 승객을 태우고 자율주행으로 운행하는 택시 형태의 모빌리티 서비스. 운전자 없이 호출·결제가 가능하다.
• Confidential Filing(비공개 서류 제출): 기업이 상장 예비심사를 받는 동안 재무·경영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절차. 시장 상황에 따라 상장 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
• Secondary Listing(세컨더리 상장): 이미 상장된 기업이 다른 거래소에 중복 상장해 주식 거래를 허용하는 제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