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AI 보안 이슈] 세계 최대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 NVIDIA가 중국 관영매체가 제기한 H20 인공지능(AI) 칩의 국가안보 위험성 논란에 대해 강력히 반박했다.
2025년 8월 10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중앙(CC)TV 산하 위챗(WeChat) 계정 ‘Yuyuan Tantian’은 “H20 칩은 친환경적이지도, 첨단적이지도, 안전하지도 않다“며 소비자에게 구매를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해당 글은 하드웨어 ‘백도어’(backdoor·제3자가 몰래 접속할 수 있는 숨은 통로)를 통해 ‘원격 종료’(kill switch)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NVIDIA 대변인은 CNBC에 “사이버 보안은 우리에게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면서 “NVIDIA 칩에 어떤 개인이나 기관이 칩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게 하는 백도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회사 측은 같은 주 초에도 ‘킬 스위치’ 논란을 부인한 바 있다.
용어 해설
백도어는 시스템 내부에 비인가 사용자가 접근할 수 있는 숨겨진 통로를 뜻하며, 킬 스위치는 외부 명령으로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강제로 정지시키는 기능을 의미한다. 일반 소비자에게는 생소하지만, 사이버 공격이나 산업 스파이 행위와 직결되는 만큼 반도체 업계의 핵심 이슈다.
■ 미·중 반도체 갈등 격화
미국과 중국 사이의 반도체 수출 통제 갈등은 최근 몇 주 사이 더욱 고조됐다. 이번 H20 논란은 지난해 말 미국의 고성능 AI 칩 수출 제한 이후 양국 간 갈등이 이어지는 맥락에서 발생했다. 엔비디아는 규제에 대응해 H100, B100보다 성능을 낮춘 H20 모델을 별도로 설계해 중국에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미 상무부는 2025년 4월 ‘국가안보 위험’을 이유로 H20 판매를 일시 중단시켰고, 이후 규정을 수정해 8월 들어 출하가 재개됐다. 중국 관영매체는 이를 두고 “미국이 덜 우수한 칩을 판매해 중국 AI 산업을 고립시키려 한다”는 프레임을 부각하고 있다.
반면 엔비디아 CEO 젠슨 황(Jensen Huang)은 트럼프 행정부의 ‘재산업화(re-industrialization)’ 정책을 “비전적”이라며 지지하는 한편, “보다 진보된 칩을 중국에 공급해야 미국이 글로벌 AI 표준을 선점할 수 있다”는 논리를 공개적으로 펴 왔다.
“NVIDIA 칩이 AI 컴퓨팅의 세계 표준이 되면 장기적으로 미국의 시장 지배력과 영향력이 유지될 것이다.” — 젠슨 황
재무적 영향
중국은 엔비디아 전체 매출의 상당 비중을 차지한다. 회사는 2025년 5월 H20 미판매 재고에 대해 45억 달러(약 6조 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으며, 7월 분기 매출 가이던스가 규제가 없었다면 80억 달러 더 높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H20 재출하 재개 소식에도 엔비디아 주가는 8월 8일(금) 전일 대비 1% 상승한 182.70달러에 마감했다. 올해 들어 누적 상승률은 36%다.
■ 정치적 교착 국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같은 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타진하는 과정에서, 중국 측이 고대역폭 메모리(HBM) 칩 규제 완화를 협상 카드로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은 반도체 공급망 협상이 교착 상태임을 시사한다.
전문가 시각
시장조사업체 IDC 아시아 담당 애널리스트는 “H20는 연산 성능과 메모리 대역폭이 미국 내수용 H100/B100보다 제한적이지만, 중국 빅테크가 자체 대체재를 개발하기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중국 정부는 기술 종속을 경계해 H20의 신뢰성 문제를 지속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관측통들은 “NVIDIA가 중국 매출을 포기할 수 없는 만큼, 미국 정부와의 수출 라이선스 줄다리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엔비디아가 차세대 ‘B200’급 칩의 중국 버전을 출시하더라도 동일한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 핵심 정리
① 중국 관영매체, H20 칩에 ‘백도어·킬 스위치’ 의혹 제기
② 엔비디아 “원격 제어 기능 없다” 즉각 반박
③ 미·중 수출 규제 갈등 속 H20 중국 판매 재개
④ 45억 달러 손상차손·80억 달러 매출 차질 등 재무 부담
⑤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 전 美 고대역폭 메모리 규제 완화 협상 가능성
엔비디아와 중국 정부 간 신경전은 단순한 기술 논쟁을 넘어, 글로벌 AI 패권과 직결된 지정학적 게임으로 확장되고 있다. 향후 규제 수위와 기업 전략이 어떻게 전개될지 반도체·AI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