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로이터통신— 2025년 연말 쇼핑 시즌을 앞두고 미국 학부모들은 장난감만이 아니라 이를 작동시키는 배터리까지 따로 구매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중국산 완구에 부과되는 30% 일괄 관세로 인해 제조사들이 포장재·부속품·배터리를 과감히 축소하며 원가 절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2025년 7월 2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월마트(Walmart·NYSE:WMT), 타깃(Target) 그리고 아마존(NASDAQ:AMZN) 등 대형 유통업체에 납품하는 완구 제조사들은 주방놀이 세트의 그릇 수를 줄이고, 전자 놀이세트에서 배터리를 제외하며, 인형 메이크업을 단순화하고, 포장 크기도 대폭 축소하고 있다.
관세 부담은 특히 해즈브로(NASDAQ:HAS), 마텔(NASDAQ:MAT)처럼 중국 의존도가 높은 기업에 치명적이다. 미국 토이협회(The Toy Association)에 따르면 미국에서 판매되는 장난감의 약 80%가 중국산이다. 관세 인상은 곧장 이들의 순익 하락으로 연결된다.
주요 기업들의 대응 전략
교육용 완구업체 파퓰러 플레이씽스(Popular Playthings)는 6월 출시 예정이던 자석 케이크 세트를 연기하며 구성품을 대폭 축소했다. CEO 제이슨 청은 “원래 2개의 접시가 포함돼 두 아이가 동시에 케이크를 나눠 먹을 수 있었다”면서 “이제는 한 아이가 서빙하고 다른 아이가 먹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자석 강도는 약하게, 포장은 저렴하게, 접시는 절반으로 줄였지만 가격은 29.99달러에서 34.99달러로 올렸다.
“멀티플레이 기능은 유지했지만, 비용은 절감했다. 그러나 애초 제품이 더 나았던 건 사실” — 제이슨 청 CEO
연매출의 40%를 북미 아마존 판매에서 창출하는 베이식펀!(Basic Fun!) 역시 배터리를 제거한 버전을 소매업체에 제안했다. CEO 제이 포어맨은 “소비자는 더 많은 비용을 내거나 가치가 줄어든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는 2026년까지 포장재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브랏츠·L.O.L 서프라이즈 인형으로 유명한 MGA 엔터테인먼트는 공급망 자체를 중국 밖으로 옮기는 중이다. 이삭 라리안 CEO는 “제품 변경에는 9~12개월이 걸린다”면서 “마법 같은 박스 경험을 빼앗으면 아이들이 흥미를 잃는다”고 밝혔다.
해즈브로는 보드게임 ‘캔디랜드·오퍼레이션’을 ‘재구상·재도구화’해 원가 절감에 나섰고, 마텔은 ‘플레어블 패키징(playable packaging)’—상자 자체를 놀이 요소로 활용하는 전략—을 강화해왔다.
전문가 해설: 관세·플레어블 패키징이란?
관세(Tariff)는 수입품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자국 산업 보호 및 무역 불균형 해소를 목적으로 한다. 2018년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 이후 완구 분야 관세율은 30%에 달해 제조사 부담이 크다.
플레어블 패키징은 포장 상자를 놀이의 일부로 설계해 별도 부속품을 줄이면서도 재미를 유지하는 방식을 말한다. 자재 절감과 환경효과를 동시에 노린다.
유통 구조와 판매 데이터
어도비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2024년 연말 시즌 미국 소비자들은 온라인에서만 81억 달러를 장난감에 지출했다. 이는 전년 대비 5.8% 증가한 수치다. 연말 쇼핑 시즌 장난감은 필수 카테고리로, 비용 절감과 제품 매력 유지 간 줄다리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포장 효율성 강화를 추진 중인 ECR4Kids는 아마존 도매 매출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리 지겔 파트너는 “아마존에 묶여 있어 제품 사양을 대폭 바꿀 수 없다”며 175달러짜리 유아용 폼 등반 세트를 예로 들었다. 대신 색상·모델 수를 축소하고 공간 활용도를 높이는 패키징을 도입했다.
지겔은 “관세 전에도 효율성 제고는 과제였지만,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향후 전망
업계 관계자들은 지나친 원가 절감이 ‘놀이 가치’를 훼손해 소비자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완구업체들은 비용 절감과 창의성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전문가들은 관세가 장기화될 경우 ▲공급망 다변화 ▲자동화 투자 ▲친환경 패키징 전환 등이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본다. 또한 소비자들은 배터리·부속품을 별도로 구매해야 하는 ‘DIY 조립형’ 트렌드에 익숙해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