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EU 정상급 환경‧기후 대화 준비 현장
2025년 7월 14일 베이징 댜오위타이(钓鱼台) 국빈관에서 딩쉐샹(丁薛祥) 중국 국무원 부총리와 테레사 리베라 EU 집행위원회 ‘공정‧경쟁력 있는 녹색전환’ 담당 부집행위원장의 회담을 앞두고 한 직원이 행사장을 정돈하고 있다.사진=Wang Zhao | AFP | Getty Images
2025년 7월 23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과 유럽연합(EU)이 목요일(24일) 베이징에서 제25차 정상급 회담을 개최한다. 양측 수교 50주년을 맞아 열리는 이번 회담은 원래 브뤼셀 이틀 일정으로 계획됐으나, 하루로 축소·장소도 중국으로 변경돼 이미 관계 경색이 드러난 상태다.
무역·경제 정책, 기술, 국방·안보 분야를 둘러싼 중·EU 갈등은 오래된 현안이다. 최근에는 공공조달 의료기기 입찰에서 중국 기업을 제한한 EU 결정에 대해 중국이 즉각 대응 조치를 취하면서 긴장이 한층 고조됐다.
EU 내부에서는 자국 경제와 기업이 값싼 중국산 수입품에 잠식될 위험을 우려하는 시각이 팽배하다. 이에 따라 양측은 보호무역적 대응과 맞대응을 반복하고 있다.
올해 회담은 1975년 수교 이후 50주년이자, 정상급 정례회의로는 25번째다. 그러나 일정을 단축하고 장소를 바꾼 배경에는 ‘갈등이 더 악화되기 전에 대화 채널을 유지하자’는 현실론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대서양위원회(Atlantic Council) 유럽센터의 욘 플레크 선임국장은 “브뤼셀과 베이징의 관계는 유난히 긴장돼 있다”며 “글로벌 경기와 양측 경제 여건을 고려할 때 어느 쪽도 관계를 더 악화시킬 여력은 없다”고 CNBC에 말했다.
美 관세 정책, ‘외생 변수’로 부각
양자 갈등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이 삼각 외교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유라시아그룹(Eurasia Group)의 엠레 페커 유럽 담당 디렉터는 “EU와 중국의 이해관계가 상당 부분 상충하기 때문에 대규모 협력은 어렵다”면서도 “두 파트너 모두 트럼프발(發) 관세에 대응해야 한다는 공통 이익이 있다”고 설명했다.
페커는 “미국이 대(對)EU 무역 협상 과정에서 중국을 겨냥한 조치를 EU에 요구할 경우, 브뤼셀의 대중(對中) 스탠스가 한층 날카로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EU가 공급망·수출통제 등에서 얼마나 미국과 보조를 맞추느냐가 EU의 대중 불만 수위를 가늠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U와 중국은 전 세계 교역의 약 30%를 차지한다. 2024년 기준 상품·서비스 교역액은 8,450억 유로(약 9890억 달러)에 달한다.자료=EU 이사회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7월 13일 브뤼셀 집행위원회 청사(벌레이몽)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회담은 복잡하지만 필요하다”고 말했다.사진=Thierry Monasse | Getty Images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프리먼 중국연구센터의 헨리에타 레빈 선임연구원은 “중국 지도부는 EU-미국 간 무역 협상에서 중국에 불리한 조치를 거부해 달라고 EU에 압박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EU와 미국은 아직 무역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으며, EU 수출품의 70% 이상이 8월 1일부터 30% 관세를 적용받게 된다. 반면 미·중은 6월 기술 규제·희토류 공급 등을 포괄하는 부분 합의를 도출했다.
레빈은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EU에 대한 공세적 접근은 EU가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맞서는 능력을 더욱 약화시킬 것”이라고 평했다. 그녀는 “EU가 미국발 대규모 경제 압박과 중국발 경제 압박을 동시에 관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낮아진 기대치, 그러나 ‘대화 유지’가 관건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급 회담의 가시적 성과에 회의적이다. 대서양위원회의 플레크는 “회담 자체가 열린다는 사실이 최대 성과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양측이 관세·시장 접근성·중국 보조금·과잉생산 문제 등에 대해 협의 채널을 유지하기로 합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플레크는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 안토니우 코스타 EU 이사회 의장과 직접 만난다는 사실을 긍정적 신호로 꼽았다.
런던정경대(LSE) IDEAS ‘차이나 포사이트(China Foresight)’ 프로그램의 루카스 피알라 코디네이터 역시 “수년간 누적된 구조적 긴장을 하루 회담으로 리셋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전제했다. 그는 “전기차(EV)·희토류 수출통제와 관련된 문구 변화가 있는지 주시하겠지만, 현상 유지가 유력하다”고 내다봤다.
피알라는 또 “EU 회원국 간 대중 인식 차이가 커서, EU가 완전한 통일된 대중 전략을 내놓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희토류는 전기차 배터리·방산·에너지 산업에 필수 원재료다. 공급망이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돼 있어, 양측이 수출통제를 둘러싸고 전략적 주도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 기자 주
용어·배경 설명
희토류(Rare Earths)는 원자번호 57~71번 ‘란탄족’ 원소를 일컫는다. 전기차 모터·스마트폰·군사용 레이더 등 첨단산업 핵심 부품에 쓰이며, 중국이 세계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전기차(EV) 수출통제는 EU가 중국산 EV·배터리에 반덤핑 관세를 검토하고, 중국은 유럽산 고급차·농산물 등에 보복 관세를 시사하면서 부각됐다.
[전문가 시각]
기자는 이번 회담을 ‘현상 관리’를 위한 최소공배수 찾기라고 본다. 전략적 경쟁과 경제적 상호의존이 얽혀 있어, 실질적 탈동조(디커플링)는 어려운 반면, 규범·표준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미국의 공급망 재편 압력이 가시화되면 EU는 ‘경제 안보’를 앞세운 중국 리스크 분산 정책을 가속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희토류·EV·의료기기 등 전략 품목이 계속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