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美 수요 부진에 흔들리는 아시아 제조업 — 9월 PMI 대거 위축

아시아 주요국 제조업이 9월 들어 일제히 위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민간 조사기관들이 1일 밝혔다. 미국 경기 둔화 조짐과 도널드 트럼프 전(前) 미국 대통령이 부과한 관세의 여파, 그리고 중국 내수 침체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지역 전반에 압박을 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2025년 10월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레이카 키하라(Leika Kihara) 기자의 취재를 인용해 “아시아 제조업체들은 미국·중국 수요 약세와 관세 부담이라는 이중 악재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특히 중국 수요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미국이 부과해 둔 관세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점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에 공개된 구매관리자지수(PMI)1를 살펴보면, 일본과 대만 등 핵심 제조 강국의 PMI가 일제히 50선 아래로 떨어졌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은 경기 확장, 그 이하는 위축을 뜻한다. 아시아 기업들의 수주 감소가 장기화하면서 생산 활동이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는 사실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주목

일본·대만 PMI 나란히 6개월 만에 최저

S&P 글로벌이 집계한 일본 제조업 PMI는 8월 49.7에서 9월 48.5로 하락하며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위축됐다. 생산량과 신규 주문이 함께 급감한 것이 원인이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의 애너벨 피디스(Annabel Fiddes) 부국장은 “국내외 수요가 뚜렷하게 개선되지 않는 한, 일본 제조업이 단기간에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만 역시 PMI가 8월 47.4에서 9월 46.8로 떨어졌다. 대만은 글로벌 IT 공급망의 핵심 허브지만, 반도체 수요 둔화와 미·중 무역 갈등 장기화로 수출 전선이 흔들리고 있다. 필리핀·말레이시아도 조사 대상국 중 PMI가 50 이하를 기록하며 위축 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6개월째 공식 PMI 위축… “내수·관세 이중 압력”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은 9월까지 6개월 연속 산업 활동 위축을 경험했다. 30일 발표된 중국 정부 공식 통계에 따르면, 제조업 PMI는 여전히 50선 아래에 머무르며 회복세가 지연되고 있다. 팬데믹 이후 소비 회복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미국 관세가 부품·완제품 모두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점이 중국 제조업 부진의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9월 PMI는 대부분 국가에서 약세를 이어갔다. 당분간 아시아 제조업은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 — 쉬반 탠던(Shivaan Tandon), 캐피털이코노믹스 신흥시장 담당 이코노미스트

탠던 이코노미스트는 이어 “성장세가 둔화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아시아 각국 중앙은행은 통화 완화 정책을 더욱 추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목

한국만 ‘깜짝 확장’… 그러나 관세 협상 변수

대조적으로 대한민국의 제조업 PMI는 8개월 만에 50.7로 반등했다. S&P 글로벌은 “해외 수요 개선이 한국 제조업 회복세를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관세 협상이라는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지난 7월 한국과 미국이 잠정 타결한 협상안은 자동차 등 한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 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직·간접)를 약속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외환시장 파급효과에 대한 서울 측 우려로 최종 서명은 지연되고 있다. 협상 결과에 따라 한국 수출기업들이 체감할 이익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시장은 향후 협상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용어 설명: 구매관리자지수(PMI)

PMI는 Purchasing Managers’ Index의 약자로, 제조업체 구매담당자를 대상으로 생산·주문·고용·재고·공급 등을 조사해 경기 동향을 0~100의 지수로 나타낸 것이다. 50을 넘기면 경기 확장, 50 밑이면 경기 위축으로 해석된다. 민간·공공 기관 모두 활용하는 대표적인 경기 선행지표다.

이번 조사 결과는 글로벌 교역 둔화국가 간 무역장벽 확대가 여전히 아시아 경제를 짓누르고 있음을 방증한다. 전문가들은 “단기 반등보다는 구조적 불확실성 해소와 내수 회복이 선행돼야 지속 가능한 성장 궤도로 돌아설 수 있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1 — PMI: 구매관리자지수(Purchasing Managers’ Inde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