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 미 국방부의 ‘블랙리스트’ 조치 놓고 워싱턴 DC 법정서 격돌

미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앤트로픽(Anthropic)이 미 국방부의 이른바 ‘공급망 위험(supply chain risk)’ 지정에 맞서 워싱턴 D.C. 연방항소법원에서 정부와 정면 충돌하게 됐다. 이번 심리는 미국 방위 산업과 AI 기업 간 갈등이 수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열리는 최신 법정 공방이다.

2026년 5월 19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워싱턴 D.C. 연방항소법원은 화요일 앤트로픽이 제기한 소송의 구두변론을 심리할 예정이다. 미 법무부는 국방부를 대변해 사건에 나서며, 앤트로픽과 각각 15분씩 변론 시간을 갖는다. 사건은 캐런 헨더슨(Karen Henderson), 그레고리 카사스(Gregory Katsas), 노이미 라오(Neomi Rao) 세 명의 순회판사가 맡아 심리한 뒤 서면 의견을 낼 예정이다. 심리는 동부시간 기준 오전 9시 30분에 시작된다.

이번 분쟁은 앤트로픽이 피트 헤그세스(Pete Hegseth) 국방장관과 국방부를 상대로 3월 소송을 제기하면서 본격화됐다. 국방부는 앤트로픽을 공급망 위험으로 규정했는데, 이는 해당 기업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때 내려지는 조치다. 이 표현은 일반적으로 외국의 적대 세력에 사용돼 왔으며, 이번 조치에 따라 국방 계약업체들은 군과의 업무에서 앤트로픽의 클로드(Claude) 모델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인증해야 한다. 여기서 공급망 위험이란 특정 기술이나 부품, 서비스가 국가 안보를 해칠 수 있다고 정부가 판단할 때 부과되는 경계 조치로 이해할 수 있다.

이번 지정은 앤트로픽과 국방부 사이에서 수개월간 이어진 긴장된 협상이 결렬된 뒤 내려졌다. 국방부는 앤트로픽이 자사 모델을 합법적인 모든 목적에 걸쳐 펜타곤이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길 원했고, 반대로 앤트로픽은 자사 기술이 완전 자율무기국내 대규모 감시에 사용되지 않는다는 보장을 요구했다. 그러나 양측은 합의에 실패했고, 헤그세스 장관은 앤트로픽을 블랙리스트에 올린 뒤 소셜미디어에서도 회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앤트로픽의 최고경영자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는 회사가 공급망 위험 지정에 법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회사는 법정에서 이 지정에 도전할 수밖에 없었다.” —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

국방부는 이후에도 앤트로픽의 모델을 이란 관련 군사작전에 활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CNBC에 국방부와 이 스타트업 사이에 ‘가능한(deal is possible)’ 합의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정부 내부에서도 이번 갈등의 완전한 봉합이 여전히 열려 있음을 시사한다.

항소법원은 지난 4월 앤트로픽이 요청한 일시적 지정 중단을 기각해,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해당 조치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다만 재판부는 소송 과정에서 앤트로픽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며 사건을 신속 심리 대상으로 지정했다. 법률적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란 금전 보상만으로는 되돌릴 수 없는 손실을 뜻해, 이번 사건이 기업의 영업과 계약, 향후 시장 신뢰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화요일 변론을 앞두고 정부는 제출 서면에서 앤트로픽이 모델 내부에 제한 코드를 삽입할 수 있으며, 이는 감당할 수 없는 국가안보 위험을 낳는다고 주장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앤트로픽이 국방부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상당한 신뢰를 훼손했다고 판단했으며, 특히 회사가 자사 기술의 군사적 사용에 대해 자체적인 도덕·정책 판단을 강제하도록 모델을 조작할 수 있다고 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앤트로픽은 별도 서면에서 향후 모델에 제한을 삽입할 수 있다는 정부의 주장은 근거가 없으며, 이를 근거로 공급망 위험 지정을 내릴 수 없다고 반박했다. 회사는 또 헤그세스 장관과 국방부가 헌법과 기존 절차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앤트로픽 측 변호인단은 “법원은 이 지정이 위법하다고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워싱턴 D.C. 소송과 별도로 앤트로픽은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서도 관련 소송을 제기했다. 국방부가 공급망 위험 조치를 정당화하기 위해 두 가지 서로 다른 지정에 의존했기 때문에, 각각을 별도의 법원에서 다뤄야 한다는 것이 회사의 입장이다. 샌프란시스코 사건에서는 앤트로픽이 예비금지명령을 받아,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국방부를 제외한 정부 기관들은 앤트로픽 모델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기존 법령 어디에도 미국 기업이 정부와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잠재적 적대자이자 미국의 파괴자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오웰식 발상을 뒷받침하는 내용은 없다.”

법원은 이처럼 강한 표현을 통해 국방부의 조치가 지나치게 광범위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앤트로픽과 미 국방부의 갈등은 단순한 계약 분쟁을 넘어, AI 규제, 국가안보, 군사적 활용 범위, 기업의 기술 통제권이 충돌하는 상징적 사건으로 확대되고 있다. 향후 판결은 미국 내 AI 업체들이 정부와 군에 기술을 공급하는 방식, 그리고 민감한 AI 모델에 대한 통제 기준을 둘러싼 산업 전반의 기준 마련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시장 관점에서 보면, 이번 사건은 앤트로픽 한 기업의 법적 분쟁에 그치지 않고, 대형 AI 기업들이 정부 조달·국방 계약에 참여할 때 어떤 조건을 수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선례를 남길 수 있다. 만약 법원이 국방부 손을 들어주면, AI 기업들의 대정부 협상력은 약화될 수 있고, 반대로 앤트로픽이 승소할 경우 AI 모델의 사용 제한과 안보 논리 사이의 균형을 다시 설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는 향후 AI 관련 투자심리, 정부 계약, 그리고 기업가치 평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로 읽힌다.